생리통이 평소 심한편은 아니다. 근데 이번 생리는 정말 휘몰아 친다. 이렇게 심하게 폭풍우가 일고 몰아칠 땐 정말이지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끙끙 앓고 싶다. 생리 휴가는 꼭 필요한 제도임을 되새긴다.
내 첫 생리는 열두살에서 열세살로 넘어가는 겨울이었다. 그러니까 꼬박 십오년을 채워온 셈이다. 작년 인간극장에서 일할 때는 몸이 너무 좋지 않아서 여름 내내 불순이었고(나중에 알게 된건데 그건 '하혈'이었다), 그걸 제외하면 꼬박 꼬박 달마다 대량의 피를 쏟아왔고 앞으로도 쏟을 예정이지 싶다.
생리통이 가장 심했을 때는 대학교 2학년때였다. 국토대장정을 빙자한 모 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에 20일 가까이 되는 날 동안 생리를 미루는 약을 먹어야 했다. 서울에 다시 도착해서 약을 끊고 생리를 시작했을 땐, 어찌나 통증이 심하던지. 이불을 쥐어짜도 나아지지 않고 입술을 깨물고 허벅지를 때리고 데구르르 굴러도 좀 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잠잠해지지 않는 고통의 파도에, 평생 먹지 않을꺼라 결심하던 생리통 약을 먹어볼까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를 장시간 타고 여행하면 항상 난리가 났었다. 월경이 괜히 月경이냐. 멀리 가면 안된다고. 몸의 신이 나를 비웃는거 같았다.
말레이시아의 유스호스텔에서 흡수력 떨어지는 말레이시아 검정 생리대를 들고 바지가 피범벅이 됐던 그 순간은 아직도 내 인생 가장 아스트랄한 순간으로 꼽힌다.
붉은 색은 금기의 의미한다. 하다못해 신호등도 '멈춤'이라고 말해주지 않던가. 이렇게 배를 붙잡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공벌레처럼 온 몸을 말고 누워만 있고 싶을 땐, 수 없이 길고 긴 시간 격한 통증에 시달리면서, '나 생리한다고' 내색 한번 못하고 일상과 똑같은 노동에 투입됐을(그리고 되고 있는) 수십억의 여성들이, 그리고 그녀들이 겪어냈을 생리의 '기간'이 떠오른다.
겪어 봐야 안다. 겪어봐야 차별이 아닌 차이로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고, 다시 태어나지 않고는 절대 겪어보지 못할 세상 절반의 인류에게 오늘따라 큰 소리로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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